OTT영화,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 영화의 등장이 큰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을 기억한다. 칸 국제 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가 경쟁 부문에 출품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자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돼야 하다며 넷플릭스 영화를 비하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고 OTT서비스는 간단한 접근성과 다양한 콘텐츠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특히 COVID-19라는 사상 최초의 유행은 극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순식간에 예술·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어 거장들이 잇달아 넷플릭스와 손 잡고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도 대거 등장했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시네마의 공존은 불가피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최고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10개를 선정했다. 다만 넷플릭스에서밖에 보이지 않는 뛰어난 완성도와 즐거움을 가진 작품을 지금 당장 보자.
OTT 영화, 그중에서도 넷플릭스 영화의 등장이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것을 기억한다. 칸국제영화제는 넷플릭스 영화가 경쟁 부문에 출품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들 역시 영화는 극장에서 상영돼야 한다며 넷플릭스 영화를 비하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OTT 서비스는 간단한 접근성과 다양한 콘텐츠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팬데믹은 극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의 선택으로 순식간에 예술·문화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어 거장들이 잇따라 넷플릭스와 손잡고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스트리밍 플랫폼과 시네마의 공존은 불가피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최고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10편을 선정해봤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뛰어난 완성도와 재미를 지닌 작품들을 지금 바로 보자.
10위.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Mitchells vs the Machines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하 뉴 유니버스)에 이은 소니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귀환. 소통이 부족한 가족이 기분 전환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데 마침 AI가 반란을 일으켜 세상을 끝내자 의도치 않게 인류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만다는 내용이다. 할 때마다 엉뚱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가족들의 애틋한 고군분투를 유쾌하게 다뤘다. 미첼 가족과 기계전쟁은 뉴 유니버스처럼 3D 애니메이션이지만 필요에 따라 적절히 2D를 섞은 형식이다. 이는 나드미가 느껴지는 주인공 케이티의 정신세계와 인터넷 밈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 또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 보급으로 오프라인 소통이 부족한 세태를 비판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9위 옥자 Okja
봉준호와 넷플릭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영화다. 슈퍼돼지 프로젝트로 탄생한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소현)의 우정을 그렸다. <옥자>는 어떻게 보면 잔혹동화라고 할 수 있다. 옥자를 구하러 가는 미자의 여정은 동화처럼 진행되지만 점점 잔인한 인간 세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봉준호는 위선적 어른들과 글로벌 기업, 비윤리적인 공장식 사육·도축 시스템을 비판한다. 우리는 <옥자>를 보면서 현실의 ‘옥자’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8위. 두 교황 The Two Popes
보수적인 교황 베네딕토 16세(앤서니 홉킨스)와 차기 교황으로 선출된 개혁적 성향의 프란치스코(조너선 프라이스)의 관계와 우정을 그린 영화다. 대배우 두 사람의 훌륭한 연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교황과 추기경의 이야기라 자칫 너무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의외로 밝고 쉽게 다가왔다. 두 인물이 서로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축구 경기를 보며 열광하고 서로를 놀리는 장면은 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동시에 인간의 반성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던 영화다. 교황이든 추기경이든 모두가 죄를 짓고 어떻게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말한다. 7위 뭉크만크시민 케인 시나리오를 쓴 허먼 J 맨키위츠의 실화를 다룬 전기영화로 1930년대 할리우드를 새롭게 조명했다. 〈조디악〉, 〈소셜 네트워크〉를 연출한 완벽주의자 감독 데이비드 핀처의 냉철한 시선이 돋보인다. 당시 할리우드와 미국 사회의 생명과 암을 그대로 표현했다. 게리 올드먼을 비롯한 명배우들의 멋진 연기도 극에 푹 빠지게 한다. 다소 지루할 수 있어 진입장벽은 높지만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핀처의 세계라 할 수 있다. 6위.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1968년 시카고 비폭력 반전시위가 경찰과 주 방위군과 대치하는 폭력시위로 바뀌면서 7명의 시위주동자 ‘시카고7’이 기소된 악명 높은 재판을 다룬 실화 기반 영화다. <소셜네트워크>, <스티브 잡스> 등 할리우드 최고의 각본가로 평가받는 아론 소킨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만큼 수많은 대사와 리듬감 있는 편집이 인상적이다. 많은 인물이 연루돼 있지만 연출이 난해함을 막고 오히려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에디 레드메인과 사샤 배런코헨, 마크 라일런스, 조셉 고든래빗 등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5위 클라우스 Klaus넷플릭스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단숨에 디즈니 픽사를 위협한 영화다. 우체국장 아들 제스퍼가 양가 갈등이 끊이지 않는 낙도에서 상속권을 조건으로 1년 안에 편지 6000통을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자 홀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산타클로스의 새로운 기원을 그린 이 영화는 귀여운 그림과 따뜻한 전개로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오랜만에 다 보고 나서 깊은 여운과 후유증이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4위. 파워 오브 도그 The Power of the Dog1925년 미국 몬태나 주를 배경으로 거대한 목장을 운영하는 필(베네딕트 컴버배치)이 동생의 아내 로즈(커스틴 던스트)를 묶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제인 캠피언의 놀라운 연출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압도적인 연기를 먼저 말해야 한다. 평범한 장면에서 서스펜스와 섬뜩함을 느끼게 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편집은 제인 캠피언이 왜 위대한 감독인지 증명한다. 필 역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자신의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3위. 결혼이야기 Marriage Story파국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노아 바움백의 유려한 연출과 균형 잡힌 각본이 돋보인다. 이혼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그 과정에서 법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동시에 이혼도 결혼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로라 던의 앙상블도 영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응축돼 폭발하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는 감탄과 처연함을 느끼게 한다. 2위 로마 Roma1971년 멕시코시티 로마의 한 중산층 가정부 클레오(야리차 아파리시오)의 시련과 치유를 그린 영화다. 〈그라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자신을 키운 여성들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다. <로마>는 이를 <그래비티>처럼 최고 수준의 연출과 촬영, 사운드로 표현했다. 분명 체험할 영화를 만드는 데 알폰소 쿠아론 정도의 인물은 극히 드물 것이다. 1위. 아이리시맨 The Irishman미국의 마피아 조직”바화리ー노화미리ー”의 일원 프랭크·시란(로버트·데·니로)과 전미 트럭 운송 노조 위원장 지미·호퍼(알· 빠치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갱 영화의 마감이자 평생을 시네마에 바친 자만이 창조할 수 있는 걸작이다. 무려 3시간 29분이라는 장대한 러닝 타임에서 시대를 평정한 남자들이 죄 의식과 죽음의 그림자에 잠식되는 것을 보인다. 자칫 지루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마틴·그는 디 에이징 기술에서 배우들의 얼굴을 젊어지는 신기술을 썼다. 또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극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교차 편집을 내놓았다. 최대한 서스펜스와 극적인 장면을 자제하고 쓸쓸한 결말을 채택한 것도 역시 거장의 대담함이 돋보이는 지점이다.